문득 인공지능이 명작을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명작을 결정하는 데에는 인간의 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위키백과에서는 "명작"을 예술과 문화 분야에서 최고의 작품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많은 비평을 받은 창작물, 뛰어난 창의성, 기술, 심오함 또는 솜씨가 드러나는 작품을 일컫는다고 설명하지요. 특히 예술품의 경우,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역사적, 문화적 호소력이 있어야 비로소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명작으로 자리 잡습니다.
"감정"이나 "주관적 취향"이라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 결여된 인공지능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명작을 이해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우리가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대를 생각할 때 꽤 본질적인 고민이기도 합니다.
명작을 '느낀다'는 것과 '분석한다'는 것
인간은 명작을 만났을 때, 논리보다 감정이 먼저 반응합니다. 어떤 음악은 첫 소절만으로 가슴을 울리고, 어떤 문학 작품은 문장 하나로 세계를 열어 보입니다. 영화 한 편이 긴 시간 동안 우리 마음속에 남아 삶의 태도를 바꿔 놓기도 하지요.
반면, 인공지능은 이처럼 직접적인 감정 반응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AI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수집된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읽어내는 일입니다. 수백만 건의 영화 평점, 수천만 곡의 음원 스트리밍 수, 수십만 권의 독서 후기들을 정리하고 분석하여, 인간이 '좋다'고 느끼는 작품들의 공통점을 찾아내려 합니다.
바꿔 말하면, 인간이 '느끼는' 방식을 AI는 '수치화'하고 '구조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셈입니다.
AI가 찾아낸 명작의 패턴
AI 연구자들은 흥미로운 결과들을 하나둘 내놓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흥행 영화들은 러닝타임의 중간쯤에서 주요 전환점(Plot Twist)을 삽입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소설 분야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 시작 후 초반부에서 독자의 몰입을 높이는 긴장 요소가 등장한다는 패턴을 찾아냈습니다.
음악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악들의 BPM(박자 수)은 주로 90~120 사이에 분포하고, 특정 코드 진행법(I–V–vi–IV)이 유난히 반복된다는 점을 AI는 빠르게 캐치해냅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I-V-vi-IV progression)
분석 대상 | AI가 발견한 주요 공통점 |
영화 | 중반부에 큰 갈등 구조 삽입, 해소를 향한 감정 곡선 |
소설 | 초반 15~20% 내 사건 배치, 감정 몰입도 유지 |
음악 | 특정 BPM과 코드 패턴 반복, 감정 흐름에 따른 기승전결 구조 |
AI는 명작이 사랑받는 데 기여하는 여러 "구조적인 법칙"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패턴을 아는 것만으로, 명작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명작은 공식으로 환원될 수 있는가
AI는 ‘어떤 구조가 효과적인지’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조만으로 명작이 만들어진다면, 이미 모든 영화와 소설은 걸작이어야 했을 것입니다. 명작에는 공식이 닿지 않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시대의 공기, 작가의 삶에서 우러난 고유한 진정성, 독자의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공명. 이러한 것은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이라도 단순히 패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작품을 통해 감정의 언어를 주고받습니다. 그리고 이 감정의 미묘한 결은,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완벽히 모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인간과 AI, 서로 다른 길을 걸어 만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명작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과정은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흘려보내던 구조들을 의식의 표면으로 끌어올려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직관적으로 명작을 느끼고, AI는 그 직관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해석합니다. 둘은 서로 다른 길을 걷지만, "무엇이 사람을 울리는가"라는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는지도 모릅니다.
결국, AI는 인간의 감성을 흉내 내거나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새로운 방식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도구가 되어줄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마무리: AI와 함께 묻는 명작의 의미
"AI! 네가 명작을 알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AI는 여전히 명작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명작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능력은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과 AI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창작의 지평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명작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그러나 명작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길을 AI가 열어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제, AI라는 또 다른 '독자'와 함께 명작의 의미를 새롭게 묻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 이 글은 AI의 창작 이해 능력을 조망하고, 인간과 AI가 함께 만들어갈 예술적 미래를 모색하며, 챗봇과 긴 대화를 나눈 끝에 얻어낸 작은 통찰들을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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